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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테이 뉴스

북스테이에서 온 편지 - 책마을해리

작성자
숲속 작은책방
작성일
2017-04-01 23:31
조회
667

학교 밖 세상 또는 다른 학교를 꿈꾸는 이들에게


[북스테이에서 온 편지] 보낸 이- 책마을해리



등록 : 2017.03.03 04:40
수정 : 2017.03.03 04:40






'책 숲 시간의 숲'. 전북 고창군 '책마을해리'에서 가장 오래된 공간에 모인 책 마을 식구들.

※책과 함께 머무는 공간인 북스테이의 운영자 10인이 책마을 소식을 전합니다. 오래돼서 오히려 가치가 더 빛나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슈 따라잡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도 소개합니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을

슬로건 삼아 폐교에 들어선 마을

평생 ‘딴 짓’ 안해본 할머니들과

학교밖으로 나가겠다는 10대들

상상하는 이들에 추천하는 책

제 꼬리를 물고 도는 우로보스의 뱀처럼, 끝이 시작으로 맞물려 있는 졸업식 풍경이 한가득이다.

마을의 소멸을 걱정하는 시골마을 작은 학교의 졸업식은, 떠들썩한 옛 졸업식과는 사뭇 다르다. 떠난 아이들보다 훨씬 적은 아이들의 입학, 이러다가는 제 꼬리를 다 먹어치우고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던 그 작은 원(圓)마저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인다.

책마을해리가 자리 잡은 전북 고창군 해리면 바닷가의 작은 폐교, 나성초등학교의 운명도 그러했다. 책마을해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연쇄작용’으로 일어날, 그 운명을 조금이라도 늦추거나 막아 보자는 시도 가운데 하나다.


여행자의 하룻밤

이안수 지음

남해의봄날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책마을해리는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을 이야기하며 출판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그림작가, 글작가들이 폐교와 마을에 스며 옹송옹송 책과 마을, 사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6년째다. 북스테이도 해리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출판캠프’로 어린이, 청소년들과 만나고, 지역과 마을에 스미는 방법으로 마을 작은 축제와 만나는 방식이다.

책마을 출판캠프에서는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 예술 이야기를 찾아 글과 그림, 사진으로 기록하고 책으로 엮는다. 가끔 멘토가 출연하는데 ‘여행자의 하룻밤’ 저자인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 이안수 촌장님이 책마을해리를 찾았다. ‘여행자의 하룻밤’은 그가 그의 공간 모티프원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책 이야기를 빌미로 전주 성심여중 30여 명 친구들과 만났다. 빌미가 된 책 이야기는 짧디 짧았으나, 공부와 시험에 대해서, 가족에 대한 아쉽고 그리운 감정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진로에 대해서 책보다 훨씬 더 격정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들과 나눈 하룻밤 또한 이곳에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세상과 만났다.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에냐 리겔 지음ㆍ송순재 옮김

착한책가게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매달 보름달 뜨는 주말 저녁에 모여 밤늦도록 책을 읽자는 작은 모임이 ‘부엉이와 보름달 작은 축제’이다. 이 모임에서 교사 벗들과 만난 책이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이다. 독일의 전형적인 김나지움이 어떻게 아이들 개개인을 교육의 중심으로, 삶의 중심으로 바꿔 놓았을까, 그 과정을 보여 주는 책이다.

그 가운데 활자교육에 오래 눈이 가 닿았다. 자기가 쓴 글대로 활자를 뽑아 배치하고 잉크를 묻혀 인쇄, 제본하는 과정이었다. 말이 문자체계가 되고, 문자는 활자로 이어지는 ‘문명의 드라마’에서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문화적 자긍이 느껴졌다. 부러웠다. 그런데 그들보다 먼저 활자체계를 이룩한 우리에게는 왜, 활자교육이 없을까, 세상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로 책을 엮은 사람들인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치밀었다. 지금 책마을해리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부드러운 손길로 활자의 감성을 익히는 ‘활판인쇄’ 놀이를 꾸준히 하고 있다.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지혜라 지음

보림 발행ㆍ36쪽ㆍ1만1,000원

‘누구나 책’이라는 책마을해리 슬로건 아래, 마을 주민들과 4년째 마을학교를 이어 오고 있다. 이름하여 ‘밭매다 딴짓거리’. 평생 밭만 매고 살아 온 책마을 주변 마을 여성들의 고단한 삶에 ‘딴 짓’을 벌여 보자는 학교다.

학생 평균연령 75세, 글쓰기는 고사하고 난생 처음 그림을 그려 보았다는, 공부 물이 전혀 들지 않은 이 학생들과 우리는, 본을 대고 민화 그리기부터 읽기, 쓰기, 사진 찍기 같은 수많은 ‘하기’를 시도했다. 떠듬떠듬 이어 간 이 기록은 일기로, 편지 글로, 시로, 그림책으로 엮어 두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올해 또 느릿하게 이어 갈 이 마을학교 교재 한 권을 찾았다. 그림책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다. 할머니 댁을 찾아 그의 추억이 담긴 조각보와 백 년도 더 된 치마저고리, 알록달록 굴레, 자수 가리개와 누비 두루마기를 만나고 그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그림으로 엮은 바느질 그림책이다. 벌써 그 어려운 읽기 쓰기에서 놓여, 물 만난 바느질 선수들의 환호성이 눈에 어린다.


왜, 자본주의가 문제일까?

김세연 지음

반니 발행ㆍ188쪽ㆍ1만3,000원

새 학기를 준비하며 지역의 교사, 지역시민사회가 기획한 작은 여행에 책마을 식구 몇이 함께했다. 충남 홍성의 문당리를 비롯해, 경기 시흥의 마을학교, 의정부 몽실학교를 두루 찾는 ‘마을학교 답사길’이었다. 이 길에 동행한 책이 ‘왜, 자본주의가 문제일까?’이다. 사춘기를 건너며 낯선 풍경을 견디며 초등학교, 중학교를 살아낸 큰 아이가, ‘의무교육 마쳤으니, 학교 밖에서 길을 찾겠다’ 선언한 것이다. 벌써 학교 밖 세상과 만나려는 그 ‘10대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찾다 만난 책이다. 게다가 맨 마지막 장이 학교 이야기다.

“변해야 하는 것은 사회다. (중략) 평등하고 자율적인 학교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교육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평등하고 자율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책마을 북스테이의 장기 투숙객이 되려는 열일곱 살을 둘러싼 우리 사회, 마을학교 답사길에서 우리가 찾은 길 하나는 이것이다. ‘모두의 학교, 모두의 마을’.

책마을의 오후 4시, 햇살이 만드는 넉넉한 기울기가 봄기운만큼 순해지는 바람결을 비껴 조금씩 조금씩 가팔라지고 있다. 바닷가 학교도 마을도 긴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책마을해리 이대건 촌장ㆍ북스테이 네크워크(bookstaynetwork.com)


전북 고창군 책마을해리 내의 활자공방. 활자에 대한 감성을 키우는 헬레네 랑에의 본보기가 부러울 것 없는, 우리에게 훨씬 더 깊고 오랜 활자 이야기.